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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글

오랜만에 쓰는 글

참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작년 3월에 쓴 게 마지막 글이니 어느새 1년하고도 3개월이나 지나버렸네요.

그동안 있었던 일과 앞으로 계획 중인 일들, 그리고 각오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려합니다.

회고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텔 코리아에서 딥러닝 엔지니어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전사 재택근무라 사무실로 출근하지는 않았지만,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전에 인턴을 했던 네이버 클로바가 조금 더 연구지향적인 조직이었다면, 이곳은 보다 프로덕트와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춘 조직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처음 애자일 개발이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의 필요성도 처음으로 느껴본 것 같습니다. 사실 학교에서는 공대인지라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조별 과제조차도 거의 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일 단위로 스크럼, 주 단위로 스프린트라는 것을 진행하면서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야했습니다. 특히 회의 또한 화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온전히 언어적인 표현으로만 내 의견과 진행 사항을 공유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Self-Supervised Learning을 이용해 모델을 학습시키는 태스크를 진행했고, 이후에는 Near-Duplicated Image Removal(NDR)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태스크를 수행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도적으로 내가 할 일을 선택 그리고 진행할 수 있었기에 “왜 이런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는 무엇이고, 이를 통해 내가 얻고 확인한 것이 무엇이다”라는 논리적인 구조가 더욱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세우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스스로를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일이며 많은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작성한 NDR 관련 코드가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레포지토리에 PR을 날리고 머지된 것이 다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코드 리뷰를 받아봤다는 것은 분명 저에게 뜻깊은 경험입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 진학과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졸업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선택의 기로에 있었고, 결국 회사에서 일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4월부터 보이스루라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AI 리서치 엔지니어라는 직무지만 지금은 모델링 그 자체보다 이를 서빙하고 배포하는데 조금 더 관심이 생겨 도커와 쿠버네티스에 대해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계획 중인 일들

회사를 다니면서, 그리고 이런 저런 다른 분들의 블로그도 많이 보면서 모티베이션을 조금 얻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잘하는 사람, 그리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이런 분들을 따라가려면 그리고 내 자신이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찌됐든 무엇이든 계속 공부해야만 하고, 이를 잘 남겨 남과 공유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앞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것들,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아름다운 코드를 짜고 싶습니다. 코드를 많이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사람의 코드를 많이 보려 합니다.
  2. 도커와 쿠버네티스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야겠다 느끼고 있습니다.
  3.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네트워크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학부에서 강의를 듣지 않았던 스노우볼이 이렇게 굴러가고 있네요. 다행히 회사에서 업무 관련 도서를 지원해주니 좀 가벼운 책들부터 정리하면서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4. 만들어보고 싶은 앱이 생겨서 Flutter를 공부해보려 합니다.
  5. 쿠버네티스나 도커를 좀 보다보니 Go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약간은 들고 있습니다
  6. 오토마타에 대해서 다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크게 개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수학이니 머리를 조금 말랑말랑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7. 인프라 쪽을 주로 공부하다보니 코딩에 소홀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알고리즘도 꾸준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8. 처음 블로그를 운영할 때부터 들었던 생각인데, 웹 공부를 조금해서 내 블로그를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블로그를 조금 더 가볍고 단순하게 만들면 글을 쓰는 부담감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9. 많은 책을 읽으려 합니다.

이렇게 보니 해보고 싶은게 좀 많네요. 올해 안에 몇 개나 끝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 올려놨으니 약간이나마 동기부여가 되리라 믿습니다.

마무리

최근에 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일종의 ‘선배와의 대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한 분이 공부하시면서 제 블로그를 본 적 있다, 잘 봤다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렇게 글을 다시 쓰는데에 이 한 마디가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구글링을 하다보면 많은 블로그 글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블로그들이 예전 상태 그대로 최신의 글 없이 멈춰있습니다. 제 블로그도 마찬가지였구요. 멀게는 4년 전에 쓴 글들임에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찾아오신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올라 뭐라도 계속해서 남겨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필요한 순간 다시 공부해야 하고, 또 계속 글을 쓰다보면 논리적인 구조를 세우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생각을 머릿속에만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풀어내다보면 정리가 되는 부분이 존재하겠죠. 뭐가 됐든 꾸준히 아무 글이라도 좀 써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